Everl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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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서

더구나 겨울나무로서의 직립은
한 때의 화려한 꿈이 아닙니다.
바로 서 있고자 하는 본능, 그 자체
바로 서 있지 않으면 중심을 잃고마는
생존의 애절한 몸부림입니다.
옆나무가 세워줄 수 없고
앞나무도 세워줄 수 없어
그저 서로 바라만 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서 있지 못하고 몸져 누운 나무
누워서도 끝내 쓰러지지 못하는 나무는
당신을 꼭 닮았습니다.
평범한 사물들도 낯선 것들이 된 지금
하늘과 땅과 세상도 새롭게 투시하면서
다른 나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나무들이 결코 듣지 못하는 것을
세밀하고 은밀하게 보고 들으며
혹독한 이승의 한 때를 견뎌내야 하는
당신을 꼭 닮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야말로 소중한
당신의 연대기를 쓸 차례입니다.

배미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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