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나무

남아있는 가을의 끝 무렵
나무는 비우는 연습을 합니다.

파아랗게 숨죽인 하늘을 배경으로
모든 것들은 침묵속에 경이롭습니다.

떠날 채비를 하며 잠시 더 머무는것들
저마다의 온기로,저마다의 색깔로
슬픔의 현을 하나씩 건드리면
나무도 제 온 몸 열어 놓고
별리의 물결소리 듣습니다.

이젠 우리도 비우는 연습을 할 때.
팔랑팔랑 그대 곁을 지나간 날들
참으로 아름다왔다고 고백하며
잔가지들 더 높게 날개짓 치며
젖은 새 울음 내어 말릴 때까지
이젠 우리도 비우는 연습을 할 때.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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