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숲을 사랑하던 그녀는
끝내 한 사람만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
이 땅에서 찾지 못한 사랑
그 땅에서 꼭 찾고야 말겠다고
온 마음으로 벼르며 떠나갔다

그래서 숲은 이제
미련없이 제 몸의 일부를
자꾸자꾸 털어낸다
벌써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나동그라진 이파리들도 부지기수다

보아라, 보아라
가지를 찢어내며,찢어내며
그토록 간절하게 밀어올린 이파리들
가을이 오기가 무섭게
아낌없이 불태우기 사작한다

어슴프레 밝혀지는 숲의 전모(全貌)
사랑을 찾아 떠난 그녀가
저 만치서 한 숨을 털어내며
조금씩 울며 웃으며 돌아올 일상 앞에
또다시 사랑하게 만들고야 말
숲의 비상한 그 전모가 곧 들어날 것이다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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