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Gallery 41

둘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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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였던 내가

혼자였던 내가
당신과 만나는 순간
세상의 톱니는 새롭게 돌기 시작했다

곡예하는 세상에서
함께 깨어나고 함께 피어나고
기적처럼 함께 머리를 맞대며
수많은 밤과 밤같은 어둠을 견디고
짧은 낮의 한 경점같은 행복도 맛보았지

함께 깨어나고 함께 피어나고
기적처럼 함께 머리를 맞대면서
당신 곁에서 만들어가는 세상은
한 편의 시, 한 자락의 봄노래

종이에 닿자마자 시심이 사라지듯
오래 붙잡지 못할 찰나의 생애
샛노랗게 샛노랗게 수선이 피던
어느 날 아침처럼 무심결에
당신이 먼저 져버리면 어쩔꺼나
황망히 먼저 사라지면 어쩔꺼나

배미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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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 at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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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새로 온 봄
어느 작은 바위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철쭉을 본다
솟아오를 줄 알고
꿰뚫을 줄 아는 너는 이미
내게 있어 하나의 경종(警鐘)이다

한 편의 시처럼 우리의 생도
함부로 자리 잡거나
뿌리 내리지 않는데
넓은 땅, 푸른 산 마다하고
오직 그 좁은 틈새를 사랑한 너를
내 어찌 함부로 대할 수 있으랴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들의 긴 겨울
그 침잠으로부터의 깨어남
그 깨어남으로부터의 작은 몸짓
이 봄, 용이주도한 너의 출발은
기댈 곳 없는 새로운 여정,
아스라한 외길의 눈부신 경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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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l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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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서

더구나 겨울나무로서의 직립은
한 때의 화려한 꿈이 아닙니다.
바로 서 있고자 하는 본능, 그 자체
바로 서 있지 않으면 중심을 잃고마는
생존의 애절한 몸부림입니다.
옆나무가 세워줄 수 없고
앞나무도 세워줄 수 없어
그저 서로 바라만 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서 있지 못하고 몸져 누운 나무
누워서도 끝내 쓰러지지 못하는 나무는
당신을 꼭 닮았습니다.
평범한 사물들도 낯선 것들이 된 지금
하늘과 땅과 세상도 새롭게 투시하면서
다른 나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나무들이 결코 듣지 못하는 것을
세밀하고 은밀하게 보고 들으며
혹독한 이승의 한 때를 견뎌내야 하는
당신을 꼭 닮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야말로 소중한
당신의 연대기를 쓸 차례입니다.

배미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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