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from the ‘Angle Chicago’ category
Published in the Chicago Korea Daily with the poetry of Bae Mi-sun
Whisper
해가 저문다해도
토끼 두 마리가 볼을 맞대고
한 곳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둘이서 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사랑이라 했던가요?
이제 모든 것은 새롭게 출발합니다
내 생에 뛰어든 당신이 있어
연두빛 풀밭은 연두빛으로 더욱
진초록 숲은 진초록으로 더욱
아름답게 펼쳐져 갑니다
내 가슴에 뛰어든 당신이 있어
나무가 나무결로 세월을 저며두듯
일렁이는 한 점 바람속에도
당신 심장의 박동이 갈무리됩니다
사그라지지 않는 생의 불꽃
둘이서 함께 바라보는 사이
숨었던 길들 하나하나 드러나고
뼛속까지 스며들던 고통은
새하얗게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머지않아 노을이 지고 해가 저문다해도
나와 당신 사이, 당신과 나 사이
그 영원한 간극 메꿀
사랑이 있는 한….
배미순(시인)
Sound of Spring
봄의 소리
잎들은 즐거워 즐거워
잔가지들 간지럽히며 태어나고
잔가지들은 여유만만하게
저만큼 더 멀리, 저만큼 더 높이
신이 나서 자란다
파아란 봄하늘은
머무는 듯 흘러가며 말한다
이리로 오렴
이리로 더 가까이 오렴
내가 네 배경이 되어주마
봄하늘 아래 자라는 어린 것들아
못난 어른들 믿고 기대는 자녀들아
나도 너희들이 실컷 자라도록
오래도록 잔잔한 배경이 되고 싶다
평생토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배미순(시인)
둘이서
혼자였던 내가
혼자였던 내가
당신과 만나는 순간
세상의 톱니는 새롭게 돌기 시작했다
곡예하는 세상에서
함께 깨어나고 함께 피어나고
기적처럼 함께 머리를 맞대며
수많은 밤과 밤같은 어둠을 견디고
짧은 낮의 한 경점같은 행복도 맛보았지
함께 깨어나고 함께 피어나고
기적처럼 함께 머리를 맞대면서
당신 곁에서 만들어가는 세상은
한 편의 시, 한 자락의 봄노래
종이에 닿자마자 시심이 사라지듯
오래 붙잡지 못할 찰나의 생애
샛노랗게 샛노랗게 수선이 피던
어느 날 아침처럼 무심결에
당신이 먼저 져버리면 어쩔꺼나
황망히 먼저 사라지면 어쩔꺼나
배미순(시인)
Look at me!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 온 봄
어느 작은 바위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철쭉을 본다
솟아오를 줄 알고
꿰뚫을 줄 아는 너는 이미
내게 있어 하나의 경종(警鐘)이다
한 편의 시처럼 우리의 생도
함부로 자리 잡거나
뿌리 내리지 않는데
넓은 땅, 푸른 산 마다하고
오직 그 좁은 틈새를 사랑한 너를
내 어찌 함부로 대할 수 있으랴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들의 긴 겨울
그 침잠으로부터의 깨어남
그 깨어남으로부터의 작은 몸짓
이 봄, 용이주도한 너의 출발은
기댈 곳 없는 새로운 여정,
아스라한 외길의 눈부신 경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