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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in the Chicago Korea Daily with the poetry of Bae Mi-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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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서
더구나 겨울나무로서의 직립은
한 때의 화려한 꿈이 아닙니다.
바로 서 있고자 하는 본능, 그 자체
바로 서 있지 않으면 중심을 잃고마는
생존의 애절한 몸부림입니다.
옆나무가 세워줄 수 없고
앞나무도 세워줄 수 없어
그저 서로 바라만 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서 있지 못하고 몸져 누운 나무
누워서도 끝내 쓰러지지 못하는 나무는
당신을 꼭 닮았습니다.
평범한 사물들도 낯선 것들이 된 지금
하늘과 땅과 세상도 새롭게 투시하면서
다른 나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나무들이 결코 듣지 못하는 것을
세밀하고 은밀하게 보고 들으며
혹독한 이승의 한 때를 견뎌내야 하는
당신을 꼭 닮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야말로 소중한
당신의 연대기를 쓸 차례입니다.
배미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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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에 쓴 편지
앉으시지요? 이 빈 자리, 빈 벤취에.
밤새 당신을 지켜줄 가로등도 있고 오색 츄리를 매단 나무들도 있어요. 어두운 예감일랑 모두 버리세요.그리고 이 한 겨울에도 땅속에 박은 뿌리를 믿고 편안한 나무들처럼 당신의 시린 발 편안히 뻗어 보세요. 슬픔이 그대의 성(城)이었나요, 고통이 그대의 울타리였나요? 당신 곁을 미련없이 떠나가 버린 것들 되돌아보지 말고 아직 당도하지 않은 것들 바라 보세요.
보이지요, 아주 잘 보이지요?
어둠속에서 더 눈부신 불빛처럼 이젠 스스로를 밝혀줄 꿈을 꿀 차례입니다. 여유만만, 야심만만한 꿈들을…. 꿈은 잠잘 때만 꾸는 것이 아니라 낮에도 밤에도 꿀 수 있는 것. 당신 내면이 얼어붙지 않게 이 빈 자리, 빈 벤취에 앉아 꿈을 꾸세요. 별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당신이야말로 찬란한 별이므로.
배미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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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41’s Schaumburg Library exhibit in the Chicago Joon Ang 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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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41’s Schaumburg Library exhibit reception in the Chicago Joon Ang 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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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배미순, 마리스텔라 전, 손지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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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나무에게
그대 발밑에서 서적이는
내 노래소리 들리나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꿈처럼
이제 당신은 저만큼 멀리 있습니다만
내게는 아직도 못다 부른 노래가 있습니다
더 이상은 붙잡으러 안간힘 쓰지 마세요
나도 더 이상은 매달리려 애쓰진 않겠습니다
긴 고통의 순간이 닥쳐 온다하더라도
당신과의 만남은 애초부터 환희였기에
내일은 오늘과 다를지라도 참아 보겠습니다
이제 곧 식풍이 불고 찬 서리가 내리면
머지않아 폭설도 내릴 것입니다
더 이상 낮아질 수 앖을 때까지의 낮은 포복
그런 자세로 세상을 살아야 할까요
환희가 고통으로 바뀌듯, 어느 때인가는
고통도 환희로 바뀌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안심하세요
그때 다시 내가 부를 노래
당신의 팔에 휘감기어 목이 터져라 부를
그 노래를 지금부터 연습하고 있겠습니다
배미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