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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in the Chicago Korea Daily with the poetry of Bae Mi-sun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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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지난 6월부터
비둘기 알 수거와 비둘기 굶기기가 시작됐다
멸종기간을 재촉하기 위해
비둘기를 굶기기 않으면 벌금까지 부과한다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귀소 본능으로 환영받던 비둘기가
1분동안 1km씩 훨훨 잘 날던 비둘기가
광장의 촛불처럼 두 눈을 반짝이며
도시의 멋진 건물들만 부식시키고
이리저리 내깔기는 배설물로 질병을 일으켜
이젠 아예 씨를 말릴 작정인가 보았다

멸종 위기의 그 비둘기들은 시카고 비둘기를 모른다
일면식도 없다 이주법도 모른다
통신이 두절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리운 그곳에는 집이 없어 돌아갈 수 없고
집이 있어도 객지에 익어 돌아갈 줄 모르는 나처럼
쓸쓸하고 막막한 이곳에서 먹이 근처만 뱅뱅 도는
시카고 비둘기, 날 수 있어도 결코 날지 않고
속수무책 먹이 근처에서 진종일 구구구구 맴을 돈다

배미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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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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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은 물 한 방울도 스며들지 않게
죄다 굴려서 떨어 뜨립니다
연잎은 진종일 흙탕물 속에 떠 있어도
제 한 몸 더럽히지 않은 채 고고합니다
어느 새 흙탕물도 맑은 물인양 의연해져서
작게 일렁이는 제 물살 들여다 보며
밤새 오므리고 오므렸던 꽃잎들 불러모아
아침마다 새로운 꽃을 피워냅니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는 몇 마리 물고기
맑고 고운 수련의 향에 취해
황급히 달려들다 빠져나가는 사이
우두둑 굵은 빗방울 온 몸을 때려도
연잎은 여전히 아랑곳없이 의연합니다.
기다림 끝에 수련이 피기 때문입니다
수련을 보라, 수련을 보라
어찌 맑은 물속에서만 살려고 하나
꾸짖기라도 하듯 항변이라도 하듯
수초들도 덩달아 서로의 어깨 결고
서로 서로의 팔로 끌어 안으며
흙탕물 속에서도 행복합니다
4일=미 독립기념일 7일=소서 14일=초복 17일=제헌절 23일=대서 24일=중복

배미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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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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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누구도 감히
되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가고 있다
되돌아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 사는 마을에서
새파란 잎들 가득 매달고
꽃들은 묵묵히 피어난다
즐거운듯 슬펐던 눈물 길어올려
연신 연신 꽃분홍으로 터뜨린다
요즘 들어
꽃이 시들어 떨어지기도 전에
영혼의 가장 먼 길 떠나가는 사람들의
발자욱 소리 점점 더 분주해졌다
꽃들의 속살, 저 꽃분홍,
서둘러 그대 발등에 떨어지기 전에
생의 날들 떨며 그리워 하자

배미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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