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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in the Chicago Korea Daily with the poetry of Bae Mi-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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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에는
부드러운 구름이 가득 차 있어요
때로는 바람에 쓸려 한 순간에 사라지고
때로는 작고작은 물방울로 빚어져
당신이나 내 눈물로 떨어지기도 해요
나와 당신이 세상살이에 지쳐
앓다 내팽개친 냉가슴이라도 서로 맞대면
뜨거워진 태양빛이 재빨리 알아채고
구름 입자를 자꾸자꾸 만드나 봐요.
‘내 희망이 어디 있겠으며
누가 내 희망을 보겠느냐?’하던
욥도 욥을 자꾸만 만드는지
세상의 탄식소리 하늘에 가득 차면
부드러운 구름들도 이리저리 길 찾으며
재빨리 쏟아져 내릴 기세들이예요.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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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늘 바다를 향해
나는 늘 하늘을 향해
당신은 줄곧 내려다 보면서
나는 줄곧 올려다 보면서
당신은 붙잡고 싶어 안달하면서
나는 붙잡히고 싶어 안달하면서
정말 열심히 살아왔지요
새벽 여명이 종일 끌고오는
풀잎 끝 이슬이나 바다의 낙조처럼
아롱거리는 미립자의 세상 그 너머
언제나 그리워한 따뜻한 등불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순간에도
터질듯한 고뇌와 희망의 쳇바퀴
맨 몸으로 돌리고 돌리면서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야지요.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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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엔 눈녹는 소리 들리더니
어느 새 문밖엔 봄입니다
오종종 모여든 어린 새들도
봄의 리듬에 한껏 젖어 있습니다
나뭇가지에서 가지로 재바르게
피르릉 포르릉 오가면서
연초록 사연들 온 하늘에 뿌립니다
지상은 온통
안간힘과 어깃장 투성이인데
문밖의 봄은 어느 새 실핏줄처럼
내 몸속으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청아한 봄의 리듬 멀고도 잔잔하게
온 힘 다해 녹아들면
봄은 내 안에, 나는 봄 안에
이제야 당신 사랑만 분명히 보입니다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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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라고 부르는데
여태 달려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속에 갇혀 있나요?
겨울 숲은 ‘우리’되어 가차없이
우리를 가두고 있네요
희망도 컴퓨터의 커서처럼
이리 뱅뱅 저리 뱅뱅 돌고만 있습니다
어제 온 새와 오늘 온 새가 다르고
어떤 하루도 똑같은 하루가 없어
모두가 낯이 설고 막막합니다
길을 잃지 않았는데도
길을 잃은 듯 살고 있는 탓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일러주셨지요
‘밤에는 우는 일이 있을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라’고…
기다리겠습니다, 그 아침까지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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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둥지를 떠날 때도
다 그만그만한 사연이 있다는데
당신이야 더더욱 그러했겠지요
지난 밤엔 바람이란 바람
모두 몰고 떠나갔나요?
도저한 시간의 들판 쓰러뜨리고
나무 등걸까지도 흔들며 떠나갔나요?
다시 되돌아 올 수가 없어서
ㆍㆍㆍ ㆍㆍㆍ ㆍㆍㆍ ㆍㆍㆍ
다시는 되돌아 올 수가 없어서
동으로 한 세상 서으로 한 세상
한 획씩이라도 더 긋고 싶어
세찬 몸부림이라도 쳐 보았나요?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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