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from the ‘Angle Chicago’ category
Published in the Chicago Korea Daily with the poetry of Bae Mi-sun
가을 뒤에 무엇이 있길래
물보라는 낮달에까지 치솟으며
마지막 무지개를 만드나
가을 뒤에 무엇이 있길래
검은 새들은 조곡(弔哭)을 부르며
미지의 먼 하늘로 날아들 가고
가을 뒤에 무엇이 있길래
연보라 진보라 국화꽃 무리
저리도 얄밉게 맴돌며 피나
가을은 가면서도 가지 않는다
자연은 도처에서 애타게 불러도
여태도 가지 않고 머무르면서
당신처럼 그리 황급히 떠날 순 없다한다
마지막 과일, 마지막 열매들
끊어질듯 이어지는 슬픔과 기쁨의 현
그 떨리는 변주속에 익혀가면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하늘에서 새처럼 푸드덕거리거나
땅속 뿌리로 내려가 귀엣말을 한다
발밑에선 낙엽되어 바스락거리면서
떠날 수 없어,떠날 수 없어
쉬익,쉬익 목쉰 소리라도 쳐보면서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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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에서 새들은 무엇을 기다릴까
바람처럼 오고 또 오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한번 가면 다시 안오네.
오가는 이 반기고 흘러보내느라
하루종일 고개를 빼고 살아
갸녀린 고개가 더 가늘어졌네
고도에서도 해가 뜨고 날은 저무는데
저녁이면 저 새들 어디로 날아갈까
가는 것들 매정하게 가도록 두고
다시는 따뜻한 눈물 흘리지 말아야지
하루종일 지친 몸으로 다짐이라도 하는지
무수히 떠났어도 무수히 되돌아오는
파도처럼 오고 또 오면 좋으련만
아, 아직도 당신은 푸른 내 희망….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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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사랑하던 그녀는
끝내 한 사람만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
이 땅에서 찾지 못한 사랑
그 땅에서 꼭 찾고야 말겠다고
온 마음으로 벼르며 떠나갔다
그래서 숲은 이제
미련없이 제 몸의 일부를
자꾸자꾸 털어낸다
벌써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나동그라진 이파리들도 부지기수다
보아라, 보아라
가지를 찢어내며,찢어내며
그토록 간절하게 밀어올린 이파리들
가을이 오기가 무섭게
아낌없이 불태우기 사작한다
어슴프레 밝혀지는 숲의 전모(全貌)
사랑을 찾아 떠난 그녀가
저 만치서 한 숨을 털어내며
조금씩 울며 웃으며 돌아올 일상 앞에
또다시 사랑하게 만들고야 말
숲의 비상한 그 전모가 곧 들어날 것이다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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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여름 잎새 아래
온 천지가 진초록으로 물들어가면
바람도 가끔씩은
당신 어깨를 치면서 불고
햇빛은 너무 눈부실까봐
이쪽 저쪽 돌아가며 그늘을 만든다
감당하기 어려운 나날들은 언젠가 온다
그런 날이 오기 전
서둘러 숲으로 나온 사람들은
시간 마다 뿜어대는 숲향에 절어
등푸른 생선처럼 푸르게 살아있다
다시금 그리워질 그대 한 생애
해거름속에 재빨리 사라지기 전
슬픈 듯 즐거운 듯 연인들은 속삭이고
다람쥐들 조차도 온 몸으로 뛰어논다
살아서 타올라라, 살아서 타올라라
생명 있음에 여름숲은 온통 금빛이다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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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맑은 물가를 사랑하고
꽃들은 먼 하늘까지도 끌어당기네
꽃들은 제 볼을 바람에 맡기기도 하고
꽃들은 주위를 둘러보고 미소도 짓네
꽃들은 제 뿌리를 확실하게 믿고
점 점 더 멀리 멀리 퍼져 나가네
꽃들에게도 왜 고통 없으랴
큰 비 올 때만 몰래몰래 통곡하더니
시끄러운 세상에 행여 누 끼칠까 봐
햇빛이 나면 재빨리 눈물 씻고
전보다 더 해맑은 얼굴로
빤히 나를 쳐다보네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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