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from the ‘Angle Chicago’ category

Published in the Chicago Korea Daily with the poetry of Bae Mi-sun

봄날의 행진

당신에게서 우리는
걸음마를 배웠습니다
누구보다 더 단단히
이 세상에 발딛고 서는 법을

종종 걸음으로 따라다니며
먼 길 멀지않게
가파른 길도 가쁜히
당신이 이끄는 힘으로 걷습니다

당신에게서 우리는
사랑법을 배웠습니다
누구보다 더 뜨겁게
사물과 사람들을 껴안는 법을

불가항력의 그 사랑으로
슬픔도 무력감도 이겨내고
사라지면서 사라지지않는
소멸의 아름다움 익혀갑니다

당신이 가버린 뒤 우리는
마침내 그리움을 배웠습니다
별처럼 먼 곳이라 바라만 봐도
그 어느 가슴보다 더 따뜻해지는 건

당신의 품안에서
우리가 영영히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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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Home Town, Avalon, Mississippi

누군가 소리없이 이끄는 이 있어
사람들은 점차 천상으로 옮겨진다
더러는 열정속에서 후회없이,
더러는 끝도 없는 가시덤불속에서
모진 겨울을 견디는 나무되어
부서지며 울부짖기도 한다

밀랍 껍질을 벗겨내듯
우리가 줄기차게 사랑했던 생은
축복과 나락 사이를 오가며
고통의 낙법 가르치는데

가차없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유품으로 살아있던 햇살의 무리
문밖에서 한없이 서성이다가
한꺼번에 은총처럼 쏟아지는 봄날엔
다시 한번 출발지점에 의연히 서서
새 하늘,새 대지와 만나고 싶다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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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름

먼 동이 터 옵니다

어떻게 다가갈까,
어떻게 바라볼까
허둥대다 그만
만나지고 마는 당신처럼
먼 동이 텄습니다

어두움과 가벼움의 혼절
세상의 온갖 비의 헤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가녀린 울음소리 애처러워
해는 또다시 떠오르는지요?

잡힐듯 잡히지 않는 푸른별들
희망조차 차갑게 숨죽인 미궁,
그 속수무책의 시간을 뚫고 또다시
새길을 찾아 나설 수 있음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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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코 비치에서의 한 때

결코 보낸 적이 없는데
출구가 없어도 떠나가는 당신은
곧 어두어질 세상속에 날 남겨놓고
전화를 끊듯 딸깍,매정하게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여기,이쯤에서 잠깐 쉬겠습니다
잠깐 쉬었다 달려가겠습니다.

무엇을 위해 허겁지겁 사는지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낼건지
숙제를 하듯 카드로 반성문을 쓰며
이 야속한 12월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비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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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나무

남아있는 가을의 끝 무렵
나무는 비우는 연습을 합니다.

파아랗게 숨죽인 하늘을 배경으로
모든 것들은 침묵속에 경이롭습니다.

떠날 채비를 하며 잠시 더 머무는것들
저마다의 온기로,저마다의 색깔로
슬픔의 현을 하나씩 건드리면
나무도 제 온 몸 열어 놓고
별리의 물결소리 듣습니다.

이젠 우리도 비우는 연습을 할 때.
팔랑팔랑 그대 곁을 지나간 날들
참으로 아름다왔다고 고백하며
잔가지들 더 높게 날개짓 치며
젖은 새 울음 내어 말릴 때까지
이젠 우리도 비우는 연습을 할 때.

배미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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